목차
몇 년 전부터 일까 시간이 날 때 마다 혹은 주말 아침 종종 방문해서 산책도 하고 브런치도 즐기는 용산해방촌에 대하여 적어볼까 한다. 처음 가보았을 때는 진짜 가파른 언덕 위 좁은 골목을 마을버스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것을 보고 와 이런 동네도 아직 있구나 싶었다. 개발의 중심에 있던 용산구였고 또 이태원과 서울역이 10분 거리인 말 그대로 시내 한복판에 아직 이런 동네가 있다니!! 아파트 가득한 동네만 보다가 옹기종기 노포부터 힙 한 상점들과 카페, 식당들 다가구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복잡하지만 정겨운 동네. 조금만 올라가면 남산 산책로를 바로 마주할 수 있고 고개를 들면 남산 타워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곳.
우연히 방문하고 나서 무엇인가에 이끌리 듯이 자주 가게 되었고 나름 단골 집도 생기게 되었다.(물론 사장님들이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 생긴 동네 답게 높은 언덕 제일 위에 해방 교회와 해방촌 성당이 지척을 두고 나란히 있고 보성 여중.고도 함께 있는 모습이 그 옛날 이곳이 동네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태원과 가까워서 외국인들도 많이 살고 있고 젊은 아티스트들도 많고 개성 강한 세대들이 모여들다 보니 자연스레 동네가 핫 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두고 사방으로 뻗어있는 골목길들이 걷다 보면 이어지고 갈라지고 또 다시 이어지는 재미를 주는 곳. 한마디로 사람 사는 생기가 느껴지는 그런 곳이다. 그러다 어느 날 어쩌다 이름이 해방촌이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용산해방촌에 대하여
용산구에 위치한 행정 구역상 용산동 2가와 후암동 고지대 동네 일부 지역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해방 이후 형성되었다 하여 ‘해방촌’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해방 직후 북한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이 지역에 마을을 이루게 되었고 농촌에서 올라 온 이주민들이 대거 모이면서 이 동네를 형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이태원 경리단 길이 엄청난 인기를 끌며 해방촌에도 유동 인구가 몰리기 시작했고 외국인들을 위한 소규모 식당들이 SNS덕분에 인기를 얻으며 상권이 확대 되었다. 현재는 재정비 되어 쾌적해진 신흥시장에 디저트 카페와 식당이 들어서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오래된 가게들이 많은 편이다.
1) 해방촌 신흥시장
신흥시장 위치
신흥 시장 지도
신흥시장은 내가 알던 여타의 다른 시장들과는 외관도 분위기도 아예 달랐다.
우리동네에 있는 재래 시장을 떠올렸다가 그 생긴 모습이 너무 현대적(?)이어서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주상 복합 형태의 시장이랄까? 1층에는 상점들이 자리하고 2층에는 주거 시설이 있는 듯한.
지금은 힙 한 식당과 카페와 와인바들이 자리를 채웠지만 재정비 사업이 되기 훨씬 전에는 정말 시장이 있었다고 한다. 1953년 해방 이후부터 해방촌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피난민들의 그리움을 달래주던 이북식 국수와 다양한 먹거리, 물건들을 팔던 곳이었다. 현재는 젊은 아티스트, 프리랜서 전문직 등 다양한 분야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복합적인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레트로와 뉴트로의 사이 어디쯤 위치한 듯한 익숙함과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왼쪽부터 재정비 사업 이후 쾌적해진 신흥시장의 모습과 재정비 전의 모습
재정비사업 이후 핫한 매장들이 들어서며 젊은 사람들로 주말이면 북적북적하다. 트랜디한 우주 멋쟁이들 총집합 느낌이랄까 ㅎㅎㅎ 업스탠딩 커피와 팟카파우 등 이색 카페와 식당들도 방문해볼 만 하다. 이 두 곳은 곧 포스팅해야지.
천정에 투명 지붕이 생기기 전에는 하늘이 바로 뚫려있어 눈이 오는 날 운치가 너무 좋았는데 지금은 그런 운치는 좀 덜하지만 걷고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편리하게 되어 있다.
2) 신흥시장 가는 길
- 해방촌으로 올라오는 방법은 녹사평역에서 오는 방법
- 소월길을 따라 남산의 산책로를 통해 내려오는 방법
- 후암동 쪽에서 도로를 타고 올라오는 방법
이렇게 3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어디를 통해 가더라도 매력적이니 마음 끌리는 쪽으로Go! 후암동 쪽에서 올라온다면 아주 이색적인 엘리베이터도 마주할 수 있다.
후암동 108계단
가파른 계단을 사이에 두고 가운데 부분에 2018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주민들의 편의를 높였다. 타서 꼭대기에 올라가면 전경이 정말 끝내준다.
용산 고등학교에서 해방촌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나타나는 계단을 이른다.
이 계단은 일제시대 일본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거주 환경이 좋은 주택지를 찾게 되었는데 후암동 일대가 그런 곳이었다. 후암동은 경성 도심과 가깝고 남산 자락이라 풍광이 좋았고 무엇보다 남향의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이었다고 한다. 해방촌과 후암동 일대에는 아직도 일제시대의 주택들이 남아 있기도 하다.
이 108 계단은 당시 남산에 조성된 *조선신궁 이라는 종교 시설로 가는 입구이기도 했고 일제 강점기 말에는 *경성호국신사라고 일본인들이 태평양 전쟁 전사자를 기리기 위해 만든 신사도 들어섰는데 이곳에 가기 위해 만들어진 계단이다.
* 조선신궁에 대하여 알아보기 * 경성호국신사에 대하여 알아보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쳐들어온 것도 열 받는데 맘대로 신사를 짓고 강제로 참배를 시키고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 아픈 과거로 만들어진 곳이지만 지금은 윗 동네 해방촌과 아랫 동네 후암동을 연결하는 중요한 계단이고 주민들에게는 편리를 관광객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아파트가 없는 동네여서 골목길 탐방하는 맛과 옛스러움을 감상하는 느낌이 꽤 신선하고 즐거운 곳이다. 너무 덥고 추운 날만 아니라면 언덕 길이긴 하지만 걷는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이 더 높아지고 선선해지는 가을 날 찾기 너무 좋은 동네, 한번 쯤은 걸어보길 추천한다.
해방촌 맛집 추천 보러 가기